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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로그를 찾아주는 몇 안되는 여러분, 안녕안녕- 오랜만의 근황입니다.


1.

이제 이곳의 생활도 상당히 몸에 붙은 느낌입니다.

매일 아침 다섯시 반, 여섯시에 벌떡벌떡 일어나던 증상(... 전 절대로 early bird 는 아니니까요...)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충분히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는 걸 보면 시차적응도 끝난 것 같아요. 개강 3 일 전에야 겨우 입국한 터에 새 집으로 이사해서 사야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는데, 그래도 이제는 자리가 좀 잡혔습니다. 뭐, 아직도 집에 없는 게 많아서,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 마다 적어두고 그 목록은 가방에 넣어 항상 들고다니는 편입니다. 차가 없으니까, 언제고 쇼핑을 할 수 있을 때에 바로바로 꺼내서 잊지 않고 구입하려고요. 후후. 혼자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자주 있는데,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주위에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셔서 이렇게나마 꾸려나가고 있어요.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은 접어두어요, (웃음).


2.

학교생활은 통학이 조금 불편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잘 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업을 화, 수, 목에 다 몰아넣었죠. 그래봐야 학점을 많이 듣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웃음).

다른 과목들은 괜찮은데, 수요일 세미나가 만만치 않네요. 열 명 정도 되는 규모의 세미나인데 주제 자체도 무겁고(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저 빼고는 다 대학원생인데(학부생이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드랍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철학에 기본 지식이 있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생소한 개념들도 많고, 상당히 디테일한 차이점이나 뉘앙스들까지도 다루는지라, 지금 내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요. 분명히 알겠다 싶은 것들도 있고 전혀 모르겠는 것들도 많아서,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도전 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난 주는 푸코의 The Order of Things 를 다뤘고 이번 주는 데리다의 Of Grammatology 와 하버마스의 The Normative Content of Modernity 를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와 세미나를 듣고 난 후가 분명히 다르고, 수업을 듣고 난 후에야 조금 더 정확히/명확히 이해하게 되는 개념들도 있어서, 가능하면 시간을 내서 한 번 더 제대로 읽어보려구요. 중간고사 보기 전에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별로 현실성 없는 플랜 같군요. 어렵기는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죠?


3.

근 이 주 전부터 치킨카레를 해먹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바쁠 땐 바빠서 못하고 주말에는 귀찮아서 안하고. 그러다 보니 오늘이더군요. 수요일 세미나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요리에 대한 의욕이 생겼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에 치킨카레를 만들었습니다. 카레가 아주 쉬운 음식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혼자 나와 살다보니 실감하는 것이지만, 이전에 엄니께서 요리하실 때 어깨너머로 배워둔 것들이 자취생활을 하면서 빛을 발하고 있어요. 생활의 지혜라는 것은 위대합니다.


4.

사실은 내일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어쩐지 기합이 풀려버렸습니다. 일단 수요일 세미나가 끝나면, 큰 고비는 넘겼다는 기분이 되어서... 언제고 이렇게 풀어져버려요.ㅠ 그러니 치킨카레 6 인분(...이상 될지도 모르고...)을 만들고, 블로그에 이렇게 긴 근황을 남기고 있는 것이죠. 아아, 정신차리고 리딩해야 하는데, 이젠 배가 불러서 잠이 오네요.;;;


5.

저의 굉장히 나쁜 버릇 한 가지는, 실수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haunted 되었다는 표현이 딱인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그 순간이 너무나 선명히 다가와서, 저도 모르게, 아아-하는 신음을 내뱉곤 합니다. 그 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 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랄까. 상당히 괴로워요. 그런 스스로를 발견하면, 내가 또 지나간 일로 이러고 있네, 싶은 생각에 한층 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어서 고쳐야 할텐데 말이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 모두를 기억할리도 없는 거고, 사실은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의미로 자유로와지고 싶어요.


Posted by 날으는 고양이 遡流

back in Houston

日常茶飯事 2010/01/11 14:06


휴스턴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환승시간이 짧아 걱정했던 나리타 공항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달라스에서 휴스턴 가는 비행기 편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두 시간 정도 연착하고 게이트 번호가 세 번이나 바뀌어 여기 저기 계속 옮겨다녀야 했던 것만 제외하면, 별 다른 문제 없이 휴스턴에 도착했지요. 도착 당일은 아는 언니 댁에 신세를 지고, 어제는 불완전 하나마 일단 이사를 들어왔어요. 오늘은 새로운 집에서 보내는 둘쨋날 입니다.

집은 나름 마음에 들어요. 굉장히 낡은 집인데다가 구석구석 청소하고 싶은 욕구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일으키긴 합니다만(... 전 germophobic 이니까요.ㅠ...), 전반적인 분위기도 어딘가 유러피언 풍이 나면서 파리에서 지냈던 집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이 집엔 피아노가 있습니다!!! 꺄아!!! 깨끗하지 못한 부분들은 차근차근 청소를 해 나가면 되고, 이렇게 저렇게 정 붙이고 살아봐야겠어요.

우리 집주인 내외분께서는 폴란드 출신이시고, 이 집은 말 그대로 Rice Family 인 듯. (허긴 그러니까 내가 광고보고 연락한 거지만). 아저씨께서는 우리 학교 통계학과 교수님이시고(... 통계학 수업은 피해야겠어요...ㅋㅋ) 이 집 아들 딸 모두 라이스 출신 이더군요.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여럿 있지만,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그쪽은 차근차근 해 나갈 생각이고. 현재 견디기 힘든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역시 두 가지. 하나는, 휴스턴이 생각보다 너무 춥다는 거.ㅠ 난 따뜻할 거 생각하고 돌아왔단 말야! 이건 배신이라구.ㅠ 이번 주가 특히 그랬다는데, 다음주부턴 얼른 날씨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꺼이꺼이.ㅠ 집도 좀 추워요.ㅠ 난 지금 후드 티 두 개 겹쳐 입고 있을 뿐이고.ㅠㅠ 또 다른 하나는 시차적응. 당장 내일 개강인데, 전 여기 온지 이제 만으로 이틀 정도 되었고 아직 몸도 피곤하고 시차 적응도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개강 첫주가 가장 정신 없는데, 해결해야 할 일들도 산적해 있어서... 나 이번 주를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ㅠㅠ


아무튼, 걱정하고 있거나 혹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실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짧게나마 근황 남깁니다.
기도 많이 해줘요.ㅋㅋ 난 살아 남아야 해.ㅠㅠ



Posted by 날으는 고양이 遡流

you know what?

日常茶飯事 2009/12/31 11:52


I'm sick of all this.
I'm gonna let you go.

you're OUT.
bye.


Posted by 날으는 고양이 遡流